N번방 수요자에 대한 비판 거세… 불법성착취물 시청·구매자도 신상공개 될까

‘N번방’과 같은 불법성착취물 제작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이 직접 제작, 공급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구매하거나 시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상공개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성착취물 수요자도 요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급 차단과 더불어 수요 억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경찰청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각 부처에서도 안건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대다수 시민들과 여성학계에서는 이러한 경찰의 발표에 반색하며 수요자 신상공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요자 신상공개의 법적 근거가 부족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무리하게 제도를 만든다 해도 위헌 논란에 휩싸여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에는 지방의 한 경찰청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한 30대 남성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가 A씨의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간 적이 있다.
현재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특정강력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이 필요한 상황일 때 이루어진다. 경찰은 이 규정에 따라 지난 해부터 총 8명의 디지털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했는데, 대부분이 불법성착취물의 공급자였다.
문제는 특정강력범죄법에서 말하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에 불법 성착취물의 수요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법인YK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민지환 변호사는 “성착취물을 시청하거나 저장하는 행위는 분명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지만, 법에서 신상공개 대상으로 정해놓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이들의 신상공개를 결정할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그 효력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경찰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